문학과 미술을 공부했다. 늘 이중의 관심사를 교차시키며  작업을 해 왔다. 하나는 문학적·일상적 텍스트를 시각적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역사적·문화적 이미지들을 어떻게 동시대의 이야기로 독해하고 거기에 응답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따라서 작업의 과정에서 언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하나의 사물로부터 인간사의 흔적과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빈틈을 상상하고 추적하는 일에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제주도에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작가로서 가장 들여다보고 싶은 사물은 돌이다. 돌은 아무 의미 없는 무생물이기도 하고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희로애락과 축적된 세월이 가장 뚜렷이 각인된 사물이기도 하다. 제주도에 체류하는 동안 돌이라는 매개를 경유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이루어진 상상의 지형도를 그려보려 한다. 지역의 역사와 설화 등을 적극 차용하되 그것이 인간 보편의 역사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갈 생각이다.